


이번 여행은 20여년전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같은 부서에서 만난 동갑내기 친구와 함께한다. 공항 미팅에서 처음 만난 우리의 인솔자 정선영님. 조금 쉬크해 보이시고 보통 사람은 흉내낼 수 없는 절대음역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니신. 무튼 이분을 필두로 7박 8일 여정의 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 서유럽 여행이 시작되었는데 매일 아침 숙소 로비에서 선영님의 경쾌하기만한“긋모닝! 긋모닝!" 인사를 시작으로 여명이 밝기도 전 버스에 올라타면 서로의 손을 맞잡고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고~맙!습니다~”라는 서로간의 인사와 함께 SBS(Sunyoung Broadcasting System)방송이 시작된다. 소중하지만 우리가 잊고 지내는 것들, 사소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들. 지루하지 않을 만큼, 아쉽다고 생각될 때 방송은 끝이 나는데 사실 선영님의 말씀을 듣다보면 공감백배, 때로는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목언저리가 따끔해지기도 했음을 고백한다.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시라,고. 용서할 수 있을 때 용서하시라,고. 정현종 시인도 그러지 않으셨는가.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고.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은 모든 생명은 반드시 유한하다는 것. 그러니 사랑할 수 있을때 충분히 사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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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콜마르. 몇해전 겨울에 왔을땐 온통 무채색에 나목들뿐. 이번엔 화사한 꽃에 볕도 쨍하게 좋으니 이번 여행이 더할 나위없이 화사하고 즐거울거란 뭔가 수상한 조짐.

















꿈결같은 스위스. 여기가 바로 지상낙원. 정호승 시인은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고 그의 시에서 노래했지만 나는 감히 눈물이 나면 리기산으로 올라가는 산악열차를 타시라,고 권하고 싶다. 눈앞에 펼쳐진 호수들이, 먼데 산들이, 너른 초원의 풀들이 눈물을 거둬들일 것이라고, 젖은 얼굴을 말려줄 것이라고. 운좋게 열차 창가에 앉아 30분 가량 무심히 밖을 응시하며 리기산 정상으로 올라가다보면 그래도 우리, 매번 열심히 살려고, 이렇게 떠나와 행복해 할 수 있는 착한 사람들이라고 스스로 위로하게 되지 않을까. 내가 그랬던 것처럼.
여행지에서 누군가 건네는 미소를 받게 되면 여행자는 잠시 피로를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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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픈 손가락
이탈리아 두오모 성당 안. 누군가를 떠올리며 초 두개를 봉헌한다. 그들을 떠올리는 것이 내겐 기도. 성당을 나오며 가만 생각해보니 떠오르는 얼굴들이 여렷. 아마도 그 둘이 내겐 가장 아픈 손가락인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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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베드로 성당. 아! 성수병을 챙겨야 했는데 급한대로 가방안 작은 약병을 꺼내 성수를 담는다. 시험앞둔 조카에게, 암수술 후 경과를 지켜보고 있는 이들에게 이 성수를 좀 나눠드리면 참 좋으련만. 물리적으로 가능하다면야 날.으.는 양탄자에 엄마를 모셔와 주님이 가장 잘 보이는 성전앞에 앉혀드리면 참 좋을텐데.








베네치아 광장에서 길을 잃다
1720년에 오픈한 베네치아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카페 플로리안에서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시고 나와 광장 이곳저곳을 깊고 진하게 걷다보니 어느새 출구를 잃고만다. 길은 어디든 통하게 되있으니 별일없으리란 우리 믿음과는 달리 미로같은 골목에 그만 갇히게 된다. 어떻게든 빠져나갈 수야 있겠지만 단체여행의 속성상 시간약속이 생명인데 마음이 조급해져서 발걸음이 빨라진다. 곁을 지나던 여행자에게 산마르코 광장을 물으니 머뭇거리며 손가락을 들어 옐로우 싸인..이라 한다. 건물 위쪽 노란색 바탕에 산마르코라 적혀있는 표시를 따라 마구 뛴다. 드디어 광장이 보이고 안도의 한숨.







아무리 불러도 질리지 않는 그 이름, 엄마
곤돌라를 타고 베니스 운하를 돌다 멋진 풍광을 담아 영상편지를 보내려고 엄마...하고 부르는 순간 그만 목이 메 그때 보내지 못했던 편지를 여기 카프리섬 리프트에 앉아 혼자있을동안 담는다. 엄마 여기가 이탈리아 카프리라는 섬이래요. 가족들도 다같이 오면 참 좋을텐데. 토요일에 만나요,라고. 그전에 성수 주변에 좀 뿌리고 기도하면서 가, 엄마도 기도할게. 잘 다녀와,라는 문자를 받은터라.





내 마음에 풍경 하나
성베드로 성당에서 나와 다음 장소로 이동중 한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멀리 오른쪽으론 성베드로 성당의 돔이 보이고 우리의 시야를 가로막은 교각 아래로는 아마도 강물이 흐를거야. 화면 왼쪽에는 아직은 화사하게 물들지않은 나뭇가지가 수양버들처럼 늘어진 그런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리고 조금 뒤 판테온 신전 내부관람을 마치고 일행과 합류하기 위해 골목길을 걷다가 리어카에 진열해놓은 사진에게 무심코 눈길을 주었는데 그중 하나가 맘에 든다. 3유로만 깍아달라,니 그 대신에 더 저렴한 한 장도 아닌 세 장이 한 묶음인 다른 그림을 추천해준다. 아뇨, 반드시 이 그림이어야 해요. 근데 이 그림 당신이 직접 그렸어요? 오케이오케이. 그러면서 사진까지 같이 찍자,한다. 기분좋게 받아들고 근데 가만 생각해보니 이 그림 흐흐.. 공장에서 대량으로 마구 찍어낸거 아니니,라며 친구와 웃음. 그래도 좋았어라. 그런데 참으로 신기한건 아까 내가 성베드로 성당에서 나오며 찍어둔 사진과 구도가 거의 흡사한 그림이란거. 생각도 못한 일이었는데 내 뇌리 어딘가엔 그 장면이 퍽이나 인상적이었고 그러니까 무의식적으로 그런 그림이 눈에 들어왔는가 싶다.
사랑에 빠진다면 이들처럼
일 디보란 팝페라 그룹을 아시는지. 여행에서 돌아와 아쉬운대로 우리의 선영님이 차안에서 들려주셨던 si tu me amas란 노래를 찾아 듣는다. 아무리 반복해 들어도 처음 차안에서 들었던 그때의 느낌을 찾아볼 수 없네. 팽팽하게 내 몸을 당기고 있던 신경세포들이 하나 둘 녹아내리는 듯한 느낌. 사람이든 사물이든 사랑에 빠지면 바로 이런 느낌인건가. 추억에도 온도가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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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을 걸어오다
세상에. 말로만 전해듣던 고대도시 폼페이를 우리가 지금 걷고있다니. 사람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로마 곳곳에 발굴중인 유물들이 참으로 신기하다. 그들이 말을 건네오는 듯. 기다리고 있었다,고.


아이 러브 로마 앤 세이 굿바이
일정을 마치고 공항 가는 길 I love Roma란 표지판을 본다. 그래, 짧았지만 로마를 사랑했지.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짐인 눈꺼풀을 들고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서야 하는 번거로움, 때로는 가난한 아침식사, 그래도 사랑하기만 했지. 산적하기만 한 일거리를 놔두고 잘 다녀오라 배려해준 동료들에게 고마워서라도. 서럽지만 친근했던 이른 새벽의 그 공기들이 익숙해질 무렵 그곳을 떠나왔지만 언젠가 다시 찾게 될거야. 두번째 허접한 사진은 비행기 좌석에 앉자마자 순간 잠이 들었다가 어느 시점에 막 눈을 떴는데 아마도 비행기가 활주로를 벗어나 상공으로 이륙하고 얼마되지 않았을 무렵이었던 듯. 그런데 순간 정신이 번쩍든다.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불빛들이 화려하지만 참 따뜻하게 느껴진다. 베트남 다낭을 떠나올때의 느낌과 흡사하다. 아득하지만 아늑했던, 분명 착한 사람들로만 가득할 것 같은. 영화 씨네마 천국의 크고 개구진 눈을 가진 토토 여럿이 밝히고 있는 눈빛같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일에, 사람에 치여 부대끼며 때로는 바늘 하나 꽂을 자리 없이 여유없고 옹졸하게 지내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가 있어야 할 자리는 바로 여기, 두 발 딛고 서 있는 이 자리를 무척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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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 일
여행지에서 특히 스위스에서의 짧은 시간들은 정말 꿈같다. 사진 한 장으로만 남기기에는 풍경들이 너무 아까워 동영상으로 남기곤 했다. 스위스에서 이탈리아로 넘어가던 길이었는데 자다깨다 자다깨다를 반복했다. 그런데 꿈결인지 잠결인지 우리 선영님의 탄식이 들리는듯 하다. "아!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앞두고(졸고 계시다니)..." 일부러 이런 아름다운 가을길을 보여주시려 기사님과 상의하여 이쪽으로 선택. 그러니 선영님 역시 안타까울 수 밖에. 그러는 사이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서둘러 영상에 담는다. 두고두고 후회와 아쉬움으로 남는다. 언제 또 이런 계절에 이 길목을 지나칠 수 있을까. 다시 온다 한들 이 길목을 찾을 수 있을까. 그때의 무척 아름답고 아련했던 풍경들이 잔상으로 남아 있지만 그래도 궁금하면 영상을 돌려보곤한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아쉬운 일.

이젠 당신이 행복해질 차례
길위에서의 시간들이 거의 끝나갈 무렵 로마에서 들린 산타마리아(그다음은 기억이...)성당을 돌고 나올 무렵 우리의 선영님은 고개를 숙인채 묵상을 하고 계셨더랬지. 이상하게도 순간 가슴이 먹먹해져서. 그때 무슨 기도를 하셨을까. 이 여행이 끝나는 순간까지 모든이들이 안녕하기를? 아마도. 그런데 아니. 엄마생각. 막내시라 엄마와 지낼 수 있는 순간이 그만큼 짧으니 참으로 안타까워 하셨다는 그 순간만큼은 어머니 생각을 하셨을거란 생각. 어머니가 하늘나라에서도 잘 지내시기를. 우리 선영님은 별을 제일 좋아한다 하셨지. “돈을 달라고도 안해요. 별은 나에게 그 무엇도 요구하지 않아요. 바라보면 나를 행복하게만 해줘요.”그래서 별을 제일 좋아하신다고. 앞으로 별을 보면 별무늬가 새겨진 그 무엇을 보면 누구보다 선영님이 떠오를 것 같다. 여행내내 우리들이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빌어주셨더랬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위해 무던히 노력하셨지. 그러니 이제는 님이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지금쯤 어느 도시 길위에서 우아~하고 고상~하게 그리고 ‘섹쉬’하게 걷고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어느곳, 어떤 모습으로 계시든 진심으로 행복하시길. 이제는 제가 님의 행복을 빕니다. 사랑합니다. 님을 만나 행복했습니다.
또한 이탈리아 3일동안 함께 했던 알프레도님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옆콧날이 정말.. 완벽했어요.^^
- 패키지 여행의 대부분을 참좋은 여행과 함께 했다. 개인마다 판단의 기준은 다르겠으나 가격대비 일정이 그중 무난하다. 그런데 사실 참좋은을 찾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업계의 홈페이지보다 검색이 용이하다. 첫화면도 한눈에 쉽게 들어올뿐더라 각 챕터마다 구획정리가 잘된 동네같다고 할까. 그러니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분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