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5주년, 그리스에서 참좋은 여행을 믿다
여행을 좋아해 친구들과 여러 여행계를 운영하며,
늘 스스로 항공권을 끊고 숙소를 예약해 직접 일정을 진행해온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습니다.
회사 일도 바쁘고, 매번 각 그룹의 의견을 조율하다 보니
정작 나 스스로는 여행을 즐기지 못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결혼 25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패키지를 선택했습니다.
그게 바로 참좋은여행의 그리스 일주였고,
결과는 한마디로 — 완벽했습니다.
아테네에서의 시작 – 신뢰가 만들어낸 여유
도착 첫날, 가볍게 내린 스콜성 소나기에 “헐, 여기도 우기 시작인가?” 했지만
곧 개인 하늘이 마치 우리의 여행을 축복해주는 듯했습니다.
출발 공항에서 환승, 도착까지 김라미 인솔자님은
짐 정리부터 동선 관리까지 어느 하나 흔들림 없이 챙기셨습니다.
첫 만남부터 “그리스의 박지성”이라 불리며 등장한 윤종성 가이드님은 "59년생 맘 스토리"로
재치 있는 자기소개 한마디로 일행들의 긴장을 한순간에 풀어주셨죠.
산토리니 – 인솔자님이 걱정했던 ‘조심스러운 자유’
8시간의 페리를 타고 도착한 산토리니.
멀리서 보이던 흰 집들과 파란 돔이 가까워질수록
“이래서 사람들이 산토리니를 ‘그리스의 얼굴’이라 부르는구나” 싶었습니다.
자유 일정이 주어진 2박 3일 동안,
저희는 잠깐 렌터카를 이용해 몇몇 마을을 둘러봤습니다.
사실 여행사 측에서는 도로가 좁고 주차 여건이 좋지 않아 렌터카 이용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김라미 인솔자님도 “섬의 도로가 절벽을 따라 이어져 있고, 주차도 쉽지 않아요.
가능하면 여행사에서 제안하는 B플랜이나 현지 교통을 이용하세요.” 하셨지만,
여행 경험을 믿어주시며 “그래도 조심히만 다니세요.
어려움 있으면 바로 연락 주세요.” 하고 신뢰를 보내주셨습니다.
실제로 운전은 쉽지 않았습니다.
좁은 길, 복잡한 차량, 만차인 주차장… 이틀만으로도 충분히 긴장되는 경험이었죠.
렌터카는 흥미로웠지만, 주차가 전쟁이라 추천드리긴 어렵습니다.
대신 트레킹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피라에서 이아까지 이어지는 칼데라 트레일이 진짜 보석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절벽 위 좁은 길을 따라 걸으며, 양옆으로 펼쳐진
하얀 마을과 푸른 바다가 만들어내는 대비 —
지금도 눈앞에 선합니다.
중간중간 마주친 여행자들과 “이 길이 천국으로 가는 길 같다”며 웃었던 장면도 잊히지 않네요.
또 하루는 섬의 가장 높은 봉우리, 프로피티스 일리아스(Profitis Ilias) 산에도 올랐습니다.
길지 않은 오르막이었지만, 정상에서 바라본 산토리니 전경은 압도적이었습니다.
하얀 지붕들이 점처럼 이어지고, 바다는 유리처럼 반짝였죠.
이 순간만큼은 사진보다 마음에 더 선명히 새겨졌습니다.
저녁엔 예약해둔 Petrosia(10월 8일) 레스토랑에서 칼데라를 바라보며 석양 디너,
다음 날 점심엔 피라 마을의 Kapilio Tavern 루프탑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교회 종소리가 들리고, 바로 위로 종탑이 보이는 자리에서
산토리니의 햇살과 바람을 그대로 느끼며 즐긴 그리스식 한 끼 —
단순한 식사였지만, 그 풍경과 공기까지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녁엔 Pelekanos(10월 9일) 루프탑에서 랍스터 파스타와 와인 한 잔.
해가 바다로 스며드는 그 시간, 아내와 말없이 잔을 부딪쳤습니다.
짧지만 완벽했던, 그리스식 하루의 끝이었습니다.
메테오라 – 신의 정원을 닮은 곳
여섯째 날 도착한 메테오라는 말 그대로 대자연의 경이였습니다.
해발 500m 절벽 위에 자리한 수도원은 사진으로 보던 그 이상이었고,
그 풍경 앞에선 누구나 잠시 말을 잃게 됩니다.
아내는 고요히 수도원 내부를 둘러봤고,
저는 바깥 산등성이를 걸으며 “다음엔 하이킹으로 오자”는 약속을 남겼습니다.
저녁엔 둘이 현지인들로 북적이던 Taksimi Tavern에 들러
그리스 맥주와 모둠 안주를 나누며 부주키 기타 소리를 들었습니다.
옆 테이블의 노부부가 “Welcome to Kalambaka!”라며 건넨 인사에
이 나라의 따뜻함이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아테네 – 고대의 숨결로 마무리
여행의 마지막, 아크로폴리스 언덕에 오르니
새파란 가을하늘에 물든 파르테논 신전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윤종성 가이드님의 해설은 단순한 설명이 아닌 한 편의 이야기 같았습니다.
“이 신전은 신에게 바친 공간이 아니라, 인간의 아름다움을 찬미한 증거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괜히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두 사람의 완벽한 조화
김라미 인솔자님은 조용하지만 모든 상황을 꿰뚫고 계셨습니다.
누군가의 수하물, 식사 순서, 페리 탑승, 호텔 체크인까지 —
겉으론 보이지 않지만, 늘 그분이 뒤에서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윤종성 가이드님은 젊은 에너지와 깊은 지식을 동시에 지닌,
말 그대로 반듯한 분이었습니다.
그리스의 신화와 역사를 유쾌하게 풀어내면서도,
가끔은 우리 세대의 감성에 맞춘 농담으로 버스 안을 웃음바다로 만들었습니다.
여행을 마치며
이번 여행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여행을 다시 믿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패키지의 편안함 속에서도 자유와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걸 알았고,
무엇보다 **‘사람이 만드는 여행의 힘’**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결혼 25주년의 추억은
산토리니의 석양보다, 메테오라의 바람보다 오래 남을 겁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김라미 인솔자님과 윤종성 가이드님이 계셨습니다.
참좋은여행, 이름처럼 참 좋은 여행이었습니다. 🇬🇷
또한, 각자의 개성으로 여행의 피곤함을 완벽한 젠틀함으로 채워주신
29명의 동료 여행자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일상이 힘들 때면, 우리가 왕복했던 카타르항공의 Onboarding 뮤직을 들으며
이 여정을 떠올리고 다시 힘을 얻을 것 같습니다.
29명의 동료 여행자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일상이 힘들 때면, 우리가 왕복했던 카타르항공의 Onboarding 뮤직을 들으며
이 여정을 떠올리고 다시 힘을 얻을 것 같습니다.
https://youtu.be/j2QAn1yF-ow?si=_GPJ75Ypol1O4vw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