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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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영광을 뒤로 한 채... 이탈리아 9일

구분/지역 : 패키지 > 유럽

작성일 : 2023.11.16 작성자 : 김** 조회수 : 2773

로마 찍고 파리 찍고... 이건 이제 옛말이다. 요즘엔 한 나라 아니 한 도시 여행이 선호된다고 한다.
 
여행을 자아의 재발견, 혹은 내 안에 숨겨진 나를 찾는 여정 등으로 거창하게 표현하고 싶진 않다. 누군가에겐 여행이 그저 즐겁고 가벼운 탐험일 수도 있으니까.
 
여행이 고독을 향한 길이든 빰빠라 밤빠의 길이든 매일같이 새벽 4시반에 일어나 대여섯개의 도시를 돌며 저녁 9시에 숙소로 돌아가는 건 정말이지 어이 상실이다. 이건 자아에 대한 성찰이 아니라 고문의 수준이다.
 
 
폼페이 유적지를 둘러보고 있는 우리 팀원들. 맨 좌측에 로마 현지 가이드의 모습이 보인다. 이분 로마 체칠리아에 유학 갔다가 박사 학위까지 따고도 가이드 생활에 매료되어 지금까지 관광객들을 구원하고 계시는 성악가시다. 이분 따라서라면 지구 끝까지라도 여행하고 싶다.
 
 
서론이 길었다. 이번 여행, 하루 두서너시간 정도의 버스 이동 그리고 하나 혹은 두세 곳 정도의 도시 순례. 이거야말로 딱 적당한 코스이지 않나 싶다. 중간중간 주어진 자유시간, 천년도 넘은 성곽을 돌며 이들은 대체 왜 이런 엄청난 건물을 지었는지 잠시 생각해볼 여유도 갖고.
 
이탈리아, 이곳에 와보기 전엔 그저 로마제국의 영광을 간직한 나라, 콜로세움 등 이러저러한 유적들을 많이 갖고 있는 나라 정도로만 알았다. 헌데 나폴리에서 밀라노까지 발걸음을 옮기면서 진짜 대단한 나라, 그리고 국민들이란 생각이 든다.
 
여행 막바지에 들른 밀라노 대성당. 와우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무엇보다 디테일에 강한 듯싶다. 이들은 성당의 청동문, 천장, 기둥, 각종 벽면 등 인간의 눈길이 닿은 곳이면 어디가 됐든 그냥 놔두질 않는다. 온갖 조각과 그림들로 반드시 장식을 하고야 만다.
 
 
밀라노 대성당.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탄성이... 가까이 가서 보니 더 대단했다. 유럽 5대 성당에 들어간다고 한다. 왼쪽 앞에 우리 팀원들의 모습. 초상권 침해, 기꺼이 감수해주실 걸로...
 
 
길거리의 그냥 흔한 건물들도 마찬가지. 이건 이들이 과거 누렸던 부의 결과물이기도 할 것이다. 가난함 속에서 진정한 예술이 꽃핀다지만 이건 미시적인, 즉 예술가 개인의 얘기고 거시적으로 보자면 결국 잘 사는 나라가 예술, 나아가 문명도 찬란하게 펼치는 거니까.
 
이 부의 원천은 상업이고 상업은 또한 지중해를 중심으로 한 교역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탈리아는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다른 나라들로부터 끊임없는 공격을 당했을 것이다. 지금의 튀르키에가 있는 과거 트로이의 경우 7번이나 도시가 파괴되고 또한 재건되고 했다지 않은가.
 
그곳과 마찬가지로 이탈리아도 깎아지른 절벽에 마치 요새처럼 집들이 지어져 있다. 이번 여행 중 들른 친퀘테레에도 이런 흔적은 여지없이 남아 있다. 밀라노로 향하기 직전에 거친 시르미오네, 이 작은 마을 역시 성벽과 해자가 아직도 예전의 공격과 방어를 말해주듯 웅장한 모습을 자랑하고.
 
베네치아 섬들의 중앙부 대운하를 수상택시로 돌며 찍은 한 컷. 이 베네치아 역시 사라센의 침략을 받고 도망쳐서 건설한 거라고 한다. 지금 와서 보면 이슬람권에 대해 감사해야 할 듯.
 
 
우리나라가 외적을 침략을 많이 받아서 국민성이 어쩌구 하지만 이건 우물안 개구리식 생각일뿐이다. 가령 조선 초기 2백년 그리고 임란과 병자호란 이후 2백년 등 오히려 평화로운 시기가 훨씬 많았던 게 우리나라다. 그전에도 수당의 침략, 거란의 침략 등도 드문드문 있던 일이어서 역시 평화의 시기가 길었고.
 
헌데 유럽은 다르다. 이들은 백년전쟁, 장미전쟁, 십자군 전쟁 같은 큰 전쟁들 외에도 날이면 날마다 이웃 국가, 혹은 도시들끼리의 전쟁이 끊이지 않은 역사다. 그러다 보니 곳곳에 성과 요새들이 정말 많다. 건물들도 튼튼하게 다 돌로 지어져 있고. 또 말들이 달리기 편하도록 도로가 전부 돌바닥이다.
 
이게 오늘날 살고 있는 후손들에게는 엄청난 관광자원이 되고 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라고나 할까.
 
근래 들어 베네치아가 점점 더 물에 잠기고 있다는 슬픈 소식이... 앞에 흰 털모자와 가죽 재킷을 입고 계시는 분은 현지 가이드이자 역시 성악가. 베이스라는데 목소리가 정말 좋다. 이분 이탈리아에 와서 첫 1년간 북한 사람으로 살았다고. 그래설까? 털모자와 가죽 재킷까지 더해져 첨엔 김일성의 환생인 줄 알았다. 북한 사람? 하실까봐 부연하자면 관청 직원의 실수였다고.
 
 
피렌체에서는 무엇보다도 우피치 미술관과 광장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광장 주변을 빼곡하게 감싸고 있는 르네상스 시기의 걸출한 인물들 동상 앞에서는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누가 그랬던가. 이탈리아는 망명자 혹은 죽은 자들의 나라라고. 그 대표격이 단테 알리기에리. 피렌체에서 꽤나 높은 지위까지 올랐지만 정치적 격변을 겪으면서 추방을 당하고 결국은 망명지에서 사망한... 마키아벨리 역시 고문까지 당하는 등 고난을 겪다가 뜻을 다 펴지 못하고 운명한 경우고.
 
역사 덕후를 자칭해온터라 이탈리아 현지에 오니 눈에 띄는 것마다 상념에 젖게 만든다.
 
피렌체에 가면 누구나 보고 온다는 베키오 다리. 근데 막상 가까이 가서 보니 별것도 없다. 사람만 너무 많고. 바로 옆에있는 우피치 미술관과 광장에서 좀더 시간을 보내는 게 나을 걸 그랬다.
 
 
먹는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이번 여행에서는 매 끼니 파스타가 나왔다. 헌데 이게 메인 요리가 아니다. 일종의 전채랄까, 우리랑은 좀 다르다. 입맛은 개인차가 큰 법이어서 말하기가 조심스러우나 솔직히 우리나라 파스타보다는 좀 별로였다. , 파스타뿐이랴. 역시 우리 입맛에는 우리 음식이 최고니까.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먹는 파스타가 오히려 이탈리아 사람들에게는 별로일 수도 있겠다.
 
곤돌라에 앉아서 바라본 베네치아 풍경. 내가 찍었지만 너무 잘 나왔네~~~ 상단의 자연스런 비네팅까지. 왼쪽 비니 모자 쓴 분이 선장(?!)
 
 
 
끝으로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유럽 대부분이 해당되겠지만 호텔이 좀 별로다. 유럽인들은 최신식, 현대식 이런 것보다는 과거의 손때 이런 것을 더 중시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어디에 문제가 생기거나 해도 웬만하면 그냥 쓴다. 해서 방마다 편차가 좀 있다. 어느 방은 난방이 되는데 어느 방은 안 되거나 하는 식이다. 커피 포트도 없는 호텔이 더 많다. 이탈리아 호텔은 왜 이 모양이냐라고 할 게 아니다. 이들의 살아가는 방식이 그런 거니까. 프랑스는 더 한데 뭐...
 

친퀘테레에서의 한 장면. 깎아지른 절벽을 수놓은 빼곡한 집들... 지금이야 멋지지만 아마 이들도 전난을 피해 이곳까지 들어와서 저런 건물들을 짓고 산 것이리라.
 
 
콜로세움 바로 근처 모습을 렌즈에 담아 봤다. 로마에는 이런 식의 장면이 곳곳에서 연출된다. 그야말로 유적지의 도시라 할 만하다.
 
 
모든 여행에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도 있는 법. 이번 여행 역시 너무너무 아쉬웠지만 결국은 끝을 보고야 말았다. 아무튼 성공적인 여행이 되도록 잘 이끌어주신 우리 조창휘 팀장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팀원들도 다들 좋은 분들이었지만 역시나 팀장님의 리더십이 빛을 발했기에 성공적인 여행이 되지 않았나 싶다.
 
입에 발린 칭찬이라고 오해하실까봐 잠깐 디테일을 덧붙이자면... 15명이나 되는 팀원들이 어찌 다 같은 의견일까. 누구는 일정이 너무 빡빡하다, 누구는 좀더 많은 곳을 가고 싶다 등으로 말들이 갈릴 때면 팀원 하나하나를 케어하며 부드럽게 이끌어주시는 모습에서 진정한 프로의 모습을 느꼈다.
 
 
폼페이 유적지에서 열강 하시는 성악가님과 청강생들. 이분, 우리 팀원들 중 최고령이신 할머니에게 굉장히 자상한 모습을 보여주셔서 감동 먹었다. 게다가 재미도 있고. 팀원들을 한곡 뽑아주시는 센스까지.
 
 
아말피 해변에서. 이런 곳까지 사람들이 집을 짓고 산다는 게 참 대단하다 싶다. 저런 깎아지른 절벽 위에 말이다. 하기사 요즘 사람들 70층 아파트에서도 잘만 사는데 뭐. 없어서 못 사는 게 문제지.
 
 
콜로세움을 빠뜨릴 수야 없지. 이날 햇살이 꽤나 뜨거웠다. 해서 반팔, 반바지까지.
 
 
친퀘테레의 주변 성곽을 돌며 한 컷. 멀리 펼쳐진 산 아래 풍경이 정겹기 그지없다.
 
 
친퀘테레에서 점심을 먹은 동굴 식당. 햐~~~ 동굴을 파서 식당을 만든 모양이다. 뒤 오른쪽에 앉은 분이 조창휘 팀장님. 너무 성실해서 안쓰럽기까지 했다는... 하이! 다시 한번 인사 드립니다.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에 나와 유명해졌다고 하는 두오모 성당. 좌우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줄무늬는 사라센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몬테 풀치아노의 거리 모습. 사람들이 별로 없어설까? 고즈넉함이 더해져 호젓하게 걸을 수 있었다. 깨끗한 거리 풍경, 옛 정취가 더해져 정말이지 걷는 맛이 남달랐다.
 
 
머물렀던 한 숙소의 화장실. 신기하게도 세면대가 두개다. 공중화장실에서도 변기는 세개인데 세면대는 일곱개, 이런 희한한 모습을 수차례 목격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씻는 걸 엄청 좋아하나?
 
 
몬테 풀치아노에서 우리 팀원들. 왼쪽 앞 조창휘 팀장님. 언제 한번 우리 또 만나요.
 
 
피렌체 단테 알리기에리 기념비. 바로 옆에는 갈릴레이의 무덤이 있다. 아, 참 단테의 무덤은 피렌체에 있는 게 아니라 시에나 있다. 피렌체에서 추방당한 뒤 나중에는 돌아와 달라는 요청을 받고도 끝내 가지 않고 시에나에서 운명했기 때문.
 
 
단테 기념관 마당에 단테의 얼굴이 돌에 새겨져 있다. 혹시 우연히 만들어진 무늬 아닐까? 그렇게 보기엔 사람 얼굴의 형상이 너무도 진하고...
 
 
 
베네치아 곳곳에 놓여 있는 널판지 다리들. 요즘 들어 부쩍 물에 잠긴다는데... 왼쪽 앞에는 현지 가이드 성악가님. 논 팔고 밭 팔고 땅도 팔고 하면서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아리아를 들려주셔서 너무 재밌었다. 앞으로 하시는 일, 모두 잘 되시길 손모아 빌어본다.
 
 
 베네치아 곳곳을 누비고 다니는 곤돌라들. 우리 팀원들도 역시나 베네치아의 뱃노래에 빠져본다.
 
 
베네치아 중심부 대운하를 가르는 수상택시. 양쪽으로 펼쳐지는 건물들이 너무너무 장관이다. 조니 뎁과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영화 투어리스트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시르미오네 거리 풍경. 여기도 정갈한 모습이 마음에 와닿는다.이탈리아 최대 규모의 호수가 이곳에 있다.
 
 
밀라노의 밤 풍경. 우리 팀원들의 뒷모습이 새삼 정겹다. 밀라노는 패션의 중심지고 외국인들도 많이 거주한다고 해서 현대식일 줄 알았더니 여기도 중세풍의 건물들이 즐비해서 놀랐다.